국제

하늘 위의 호텔, 폐점을 선언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항공기, 13년의 역사를 마무리해
과연 4발기의 시대는 다시 올까

 지난 2월 14일, 세계 2대 항공기 제작사 중 하나인 에어버스(Airbus)는 2021년 부로 F급 항공기(초대형 항공기)인 A380-800(이하 A380)의 판매 및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A380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적이 있으며, 폭이 축구장 만큼 넓을 정도로 커,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별명을 가진 항공기이다. 대한민국 국적사인 대한항공이 10대, 아시아나 항공이 6대를 보유, 운용하고 있다. "호텔"로 칭송받았던 A380이 몰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에어버스의 발표에 따르면 A380을 대차하여 A330(중형 여객기)와 A350(중대형 여객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적으로 친환경,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의 이유로, A380이 4발기(엔진이 4개)이며 초대형 항공기라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2발기(엔진이 2개)이자 중형기가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단점이 드러났던 A380은 계속되는 판매부진으로 결국 '베드 엔딩'에 빠지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이자 가장 큰 결정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영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의 주문 변경 때문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140여 대에 달하는 A380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2018년, 에어버스의 늦은 인도와 A380의 효율성 문제 등으로 인해 나머지 A380 주문량(39대)를 전면 취소한 후 A330-900을 40대, 그리고 A350-900을 30대 구매하는 등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사실상 에미레이트 항공을 제외하면 A380 주문자는 없었기에 에미레이트 항공의 구매 취소는 A380 생산 중단의 시발점이 되었다.

4발기, 찬란했던 과거

 

현대와는 달리, 21세기 이전은 4발기의 세상이었다. 보잉의 B747 시리즈를 대두로 한 4발기 기체들은 B737을 제외하면 베스트셀러에 등극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과거 미국의 '팬암' 항공은 한때 보유 기체의 대부분이 B747이었을 정도였으니, 분명 4발기의 시대였다. 팬암은 아무리 인기없는 노선이라도 B747을 투입하는 등 무리수를 두었지만 당해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면서 4발기 전성시대를 이끌어나갔던 항공업계의 선구가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중동발 오일쇼크,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불황 등으로 항공 수가가 증가하고 항공 수요가 줄어들자, 국제적으로 시장이 얼어붙게 되었다. 4발기를 운용하던 항공사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었다. 2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지 못했기에 점점 4발기는 지는 해가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팬암' 항공 역시 비슷한 시기에 만정적인 적자로 인해 부도가 나 다른 항공사인 내셔널항공과 합병됐다.

4발기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A380의 빈자리는 에어버스의 A350과 A330, 그리고 보잉의 B777 및 787이 대체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4발기를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에어버스는 14일 공식 발표 당시 마지막 예약분까지 모두 제작 및 배달을 완벽히 수행하겠다는 말도 덧붙였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4발기인 보잉의 B747-8i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발기의 미래는 정말 밝지 않다. B747-8i 역시 2017년 여객형을 단종시켰기 때문이다. 2021년 이후로 4발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항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A380이 떠난다. A380의 단종 소식은 곧 4발기의 단종 소식이며 다음 세대는 눈으로 4발기를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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