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스크 안 썻다"며 폭행? 우리 사회의 변화가 필요한 때

7일, 아파트 입주민이 택배 기사를 폭행한 사건 발생
현재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 및 사회의 인식 변화 필요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택배 기사와 그의 동생을 폭행해 '전치 4주'의 부상을입힌 사건이 일어났다.

30살의 택배 기사 A 씨는 그의 친동생 B 씨와 함께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형제는 당시 마스크를 벗고 있었는데, 평소 주민에게 직접 물건을 배송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당시 사람이 거의 없는 곳에서 택배 분류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를 본 입주민 C 씨가 "왜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하느냐"며 형제에게 시비를 걸고 일을 방해하기 시작했고, 이 시비가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A 씨는 주장하고 있으며 "약 6분 정도 맞았고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까지 폭행이이어졌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실제로 이 장면을 아파트 주민들이 목격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가해 주민은 출동한 경찰과 순찰차를 타고 떠났고, 형제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사건으로 형제는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으며 A 씨는 눈 부위를 심하게 맞고 우측 갈비뼈에 금이 갔고, 동생 B 씨는 코뼈가 골절됐다.

B 씨는 지난 19일 코뼈 접합을 위해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후 출혈이 멈추지 않아 회복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A 씨는 몸을 미처 다 추스르지도 못하고, 생업을 위해 지난 13일에 퇴원해 택배 일에 복귀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서 배송을 할 때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들어 불안하다고 한다.

 

현재 용인 서부경찰서에서 C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또한 A 씨는 검찰에도 C 씨를 상해, 재물손괴 등으로 고소한 상황인데, A 씨의 변호인은 경찰이 A 씨를 쌍방폭행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문제가있다고 생각돼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에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하루 종일 택배를 나르고 배달해야 하는 택배 기사가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마스크를 잠깐 벗고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이 폭언과 폭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코로나로부터 나의 안전을 지키고 싶은 권리가 소중하듯 잠시나마 주변에 사람이 없을 경우에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숨을 고를 권리도 소중하고 보장받아야 한다.

 

과연 C씨는 택배 기사가 아닌 본인의 직장 상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어도 폭행을 하였을까?

난 이 사건도 C 씨가 A 씨와 B 씨에게 저지른 '갑질'이었다고 생각한다.

유독 다른 직업에 비해 택배 기사, 버스 기사, 경비원, 청소부 등의 폭행 사건을 수도 없이 봐온 것은 직업으로 사람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의 인권 침해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부터 시도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비참하고 안타까운 사건을 접하게 되는 일이 점차 줄어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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