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제주도를 통해 예멘 난민이 우리나라로 입국했다. 국민들의 관심이 제주 예멘 사태로 쏠리게 되었고 2018년 여름을 강타한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난민들에게는 '저 사람들 돈 벌러 온 가짜 난민이다', '테러리스트들이다' 등 혐오의 시선이 꽂혔다. 사회의 혐오의 대상이 된 난민. 1년이 지난 지금 난민들의 상황을 알아보고자 취재를 다녀왔다.
루렌도 가족은 앙골라에서 온 난민이다. 남편 루렌도와 부인 바체테의 고향은 콩고다. 앙골라에서 콩고 출신 사람들은 늘 2등 시민 취급을 당했다. 차별은 당연했다. 현재 앙골라에서는 콩고 출신 이주민들을 내쫓고 있다. 앙골라 내전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루렌도는 앙골라에서 택시 기사였다. 루렌도는 경찰차와 부딪히는 바람에 SIC라고 불리는 특수 경찰에게 잡혀갔다. 영장은 없었다. 죽기 싫으면 이 나라를 떠나라는 식이었다. 부인 바체테는 남편이 없는 사이 집에서 경찰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루렌도 가족은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재산을 처분해 관광비자를 가지고 한국으로 입국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고향인 콩고로 가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콩고에서는 50여 개의 무장단체가 활동 하고 있다. 10살도 안되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루렌도 가족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차별없이 인권이 보장된다는 나라 중에 당장 떠날 수 있는 곳이 한국이었다. 한국 대사관에서 관광 비자를 받아 유엔난민기구 한국지부에서 난민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에 난민 신청을 하기 이전에 공항에서 자체적으로 난민 심사를 한다. 공항에서 난민 신청 자체가 불인정 자신들이 핍박받던 조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루렌도에게 허락된 시간은 2시간이었다. 신청서를 작성하는 동안 학력, 출신 등 간단한 항목들은 금방 작성했지만 다른 항목들은 그러지 못했다. 루렌도는 담당관에게 의문점이 있는 부분을 물어보기 위해 통역사에게 부탁했다. 통역사는 신청서를 들고 나갔지만, 그것이 루렌도씨가 본 신청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당연히 신청은 불인정 되었고 지금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루렌도 가족의 2차 공판은 오는 8월 23일이다.
루렌도 가족은 인천공항에서 생활하며 많은 상황이 악화되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에서 푹 자기란 불가능하다. 때때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사진을 찍고 간다고 한다. 공항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들은 모든 끼니를 공항에서 해결 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감당하기에 공항 물가는 너무 비싸다. 아이들에게 하루에 두 번 시리얼을 먹일 수 밖에 없다.
여러 난민 기사들의 댓글을 보면 '집으로 돌려보내라', '인권운동가들이 집에서 데리고 살면 아무 말 안 하겠다', '범죄자 쓰레기 집단. 한 명이라도 받기 시작하면 우르르 몰려올 것이다.' 등 난민을 혐오하는 정서가 만연하다. 이런 정서의 바탕에는 잘 알지 못하는 대상으로부터 발생한 두려움이 있지만 좀 더 세세하게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일자리 관련 문제, 두 번째는 범죄 문제, 세 번째는 비용문제다.
일자리 문제란 난민들과 국민의 일자리 경쟁을 말한다. 케임브리지대의 경제학자 로버트 로우선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과 중동에서 이민자들이 원주민 노동자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20개의 실증적 연구 결과에서도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난민과 이주자들이 원주민들의 일자리를 뺏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로우선 교수는 이주자들이 노동 숙련이나 고급 기술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원주민들과 일자리 다툼을 하지 않고, 그 사회 노동력의 효율적인 한 부분으로 편입된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자 연대의 이현주 기자는, “우리나라에서 중동 쪽 언어를 전공하는 분은 드물다. 난민들은 모두 중동 쪽 언어를 할 수 있다. 한국에 드문 인력이다. 이들의 능력을 활용하여 우리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난민 범죄율 문제에 관해서는 한겨례21의 이재호 기자가 답변했다.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다. 한가지 예로 얼마 전에 조현병 환자가 살인을 저지른 일이 있었다. 물론 이 사람이 시민들을 살해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사 제목에 과연 조현병을 붙였어야 했을까? 언론에서 이런 기사를 내면 국민들은 당연히 조현병 환자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결국 '모든 조현병 환자를 격리하자' 같은 극단적인 주장이 만들어진다.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율이 일반인의 7~10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통계 해석의 오류일 뿐이다. 난민들도 비슷한 맥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난민들이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본국으로 송환 당한다. 그러나 난민분들은 살기 위해 우리나라로 왔다. 오히려 이런 분들은 소극적이고 위축되어 있을 때가 많다.”
최근 18년간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 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범죄의 수는 5760만건으로 이는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적은 건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독일 내 외국인의 범죄 건수는 95만 건에서 70만 건으로 23% 대폭 감소했다.
재정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정착 지원, 기초 생활 보장 등) 경희대 국제 대학원 박복영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EU 회원국 중 난민 수용의 부담이 가장 큰 스웨덴의 경우, 난민 수용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2016년국내총생산(GDP)의 0.9% 정도였다. 유럽 국가라면 경제 안정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난민 유입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유발하지만, 이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통합될 경우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 경제학적 분석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일자리, 범죄, 재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많은 자료들이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3%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인정률이 낮은걸까? 난민을 향한 인식과 더불어 인력문제다. 2017년 9,942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심사관은 37명에 불과했다. 심사관 한 명당 269건을 심사 해야 했다. 공익법 단체 어필의 전수연 변호사는 통역관들의 문제도 꼬집었다. “시리아나 이집트에서 오신 분들은 아랍어를 하시기 때문에 통역이 있어야 한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허위통역을 하는 분이 있었다. 제가 만나본 난민분의 이야기인데, 기독교로 개종한 분이셨다. 본국에선 종교법에 의해 개종한 경우 사형에도 처해 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면접조서에 적힌 ‘한국에 왜 왔는가’라는 조항에는 ‘단순히 돈을 벌러 왔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 통역을 하신분이 다른 난민분들도 그렇게 통역을 해왔던 게 나중에 소송으로 가서 밝혀졌다. 난민분들에게 결과를 보장 해주지 못하더라도 공평한 기회라도 주는 게 맞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무지로부터 오는 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알지 못하는 대상이 두려운 건 당연하다. 그러나 선입견을 품고 그 두려움을 이어나가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너무나 가혹하다. 그들을 지지해주지 못하더라도 우선 그들에게 다가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옳고, 그른지, 합리적인지, 불합리한지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자세히 알아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