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린 가운데 사고가 발생했다. 압사로 인한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97명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은 이태원 참사는 현장에서 사고 대처의 문제가 있었다.
당시 현장에선 “저거 진짜야? 가짜지? 핼러윈 복장이지?”라며 실제 경찰과 핼러윈 코스튬을 구분하지 못한 시민들이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장 통제를 하러 온 경찰들이 초동 대처가 늦어졌다.
당시 현장 시민들이 간과한 사실은 경찰 코스프레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청에 등록을 하지 않고 물품을 판매하거나 제조·대여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등록된 업체여도 구매자 인적 사항을 적는 장부를 비치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는 시민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었다. 현장에서는 구조 인력이 부족 하자 다수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하며 힘을 보탰다. 그러나 현장에서 “여성분들 중 CPR 가능하신 분”이라고 찾아다니는 남성이 있었다. 여성에게 CPR을 시도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글은 익명성을 빌려 근거 없이 작성한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여론을 조성하기에는 충분했다. 커뮤니티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가 성추행범으로 고소당했다"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하지만 지난 2일 '심폐소생술', 'CPR', '제세동기'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최근 2년 치 확정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성추행으로 인정된 판례는 단 1건도 없었다.
심폐소생술이 언급된 판결문은 총 50건이었고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은 단 1건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폭행해 살해한 사건이었다. 당시 가해자가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는 주장을 했다.
실제로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가 고소당한다고 해도 한국에는 '선한 시마리아인 법'에서 따온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소가 성립되지 않는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했을 때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