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고법, 입사 두 달 만에 사망한 20대 용접공 ‘산재’ 인정

입사 9주 만에 20대 용접공 급성 심근염으로 사망
2심 재판부, 사인과 업무의 상당한 인과관계로 ‘산재’ 인정

 

2017년 입사한지 두 달 만에 한 28세 남성 용접공이 심장 근육에 염증이 발생하는 급성 심근염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0년 5월 14일, 서울고등법원은 한 청년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업무상 재해 즉, ‘산재’를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였다.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사망에 이른 주요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2017년 4월 28일 회사에 입사한 후 2017년 6월 30일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A씨가 근무한 시간은 1주 평균 56시간 17분이었다. 사망 직전 1주간의 노동시간은 67시간 42분이었으며, 그가 4주간 휴식을 취한 날은 단 이틀 뿐이었다. 특별한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던 청년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고, 부검 결과 심근염이 사망원인으로 밝혀졌다.

 

A씨는 친동생에게 “배관팀장이 회사의 용접사 추가 채용을 거절하여 한 달 동안 야간, 주말 근무를 해야한다”고 메시지를 보내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근무를 해야했던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는 지속적인 장기간 근로 탓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메시지를 보낸 다음 날 A씨는 결국 숨졌다.

 

A씨의 업무는 배관사가 설계도면에 따라 파이프를 절단하면 최종적으로 용접하는 일이었다. 유족들은 “A씨가 배관사가 없는 휴일이나 야간에도 혼자 근무하면서 모든 공정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배관팀에서 근무하는 용접사는 A씨 뿐이었고, 1주에 70시간 근로에 시달리면서 건강이 악화되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냈다. 업무 특성상 근무환경이 유해가스에 노출되는 환경이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유족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1심에서도 이변은 발생하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사망원인인 심근염은 박테리아 또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가 수행하던 업무로 인해 발생했다거나 그 업무로 인해 급격히 악화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 측이 주장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이 뒤집힌 것은 2심에서였다. 연달아 산업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던 근로복지공단과 1심의 판단과 달리,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용접공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하기 약 2주 전 상세 불명의 급성 기관지염을 진료받았고 사망 10일 전쯤 감기몸살과 복통 증세를 호소했다”며, 이는 A씨가 당시 근무하던 시기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보았다. 이어, "A에게 따로 심혈관계나 면역체계 관련 질환이 없었다는 점을 보아 과로와 스트레스 이외에 특별한 사망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면연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근무를 하다보니 심근염 증상이 악화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은 A씨의 죽음과 업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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