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19, 드론산업의 발전 성장시킬까?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로 다시 활기
도서벽지 의료용품 공급서 큰 활약
다양한 국가의 드론산업

지난 8일 오전 제주시 서쪽 지에스칼텍스의 무수천주유소에서 드론(소형 무인항공기) 택배 시연 행사가 열렸다. 드론의 임무는 편의점 앱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싣고 주유소에서 인근 펜션(1.3km)과 초등학교(0.8km)에 배송하는 것이었다. 이날 드론이 배달한 물품은 도시락과 음료 세트(3kg), 간식거리(2kg)였다. 왕복 2km 남짓한 거리를 비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5~6분. 지에스칼텍스의 청사진은 전국에 산재한 주유소를 배송 거점으로 드론 단거리 배송 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당분간 한 달에 한 번씩 드론 시험배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미국 버지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소도시는 구글의 드론 자회사 윙이 학교 도서관 책을 드론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드론 배송 사업을 시작한 이곳에서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다. 수십억명의 발을 묶어버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드론 배송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윙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드론 배송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주일 동안 1천건의 배송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4차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드론의 시절이 마침내 오고 있는 것일까? 애초 군용기로 개발된 드론의 주된 용도는 카메라를 달고 목표 지역을 날면서 촬영, 감시하는 것이다. 이 드론을 물품 배송으로 연결시켜 미래 사업 모델로 제시한 사람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다. 그는 2013년 방송에 출연해 이르면 2015년까지 드론 택배 서비스 ‘프라임 에어'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순식간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의 발언이 있던 12월에 구글에서 `드론 배달'을 검색한 숫자는 11월보다 100배나 뛰었고, 많은 업체들이 드론 배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드론 배송 시장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27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드론 배송은 여전히 시험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배송 지역이나 물품 등이 매우 제한돼 있다. 미 연방항공국이 구글 윙에 첫 드론 배송 승인을 내준 게 불과 1년 전이다. 윙은 승인에 앞서 안전성 입증을 위해 2014년 이후 7만번 이상의 시험 비행과 3천번 이상의 시험 배송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드론 배송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기술 혁신이 더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30분이 채 안되는 비행시간이 확 늘어나야 한다. 적재 용량도 지금의 2~3kg 수준에서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효율 높은 배터리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 도심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정밀한 자율비행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사업단장은 “도심의 빌딩 숲이 지피에스(GPS), 통신을 방해하고 빌딩 사이로 갑작스런 돌풍이 불 수도 있어 도심 드론 비행은 불안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회전날개가 유발하는 항공 소음도 골칫거리다. 이동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현재 드론의 기술로는 정밀 자율비행을 할 수 없다”며 “3~4년 안에 도심 드론 배송이 실용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성에서도 아직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 번 비행에 몇kg짜리 짐꾸러미 한 개만 배달할 수 있는 드론과 수십~수백개를 한꺼번에 나를 수 있는 택배 차량은 비용 효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강왕구 단장은 그나마 비행경로가 복잡하지 않은 도서지역 드론 배송이 단기적으론 가장 유망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기술 수준과 수요로 볼 때 드론 배달이 가장 유망한 지역은 배송 수요가 많은 도시가 아니다. 도로나 철도가 닿지 않는 외진 곳이다. 소량의 물품을 배달하기엔 기존 배송 수단으로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곳이 대상이다. 육지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섬 지역이 1순위 후보다.

 

배송 대상으로는 의료용품이 첫손에 꼽힌다. 물품 수요의 시급성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터지면서 더 절실해졌다. 특히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저개발국에선 드론이 매우 유용한 배송 수단이다. 의료용품 드론 배송이 처음 선을 보인 곳도 2016년 아프리카 르완다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드론 제작업체이자 배송 업체인 집라인이 르완다에서 병원에 혈액제제를 공급한 것이 처음이었다. 집라인은 현재 르완다와 가나에서 의료용품 드론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르완다에선 배달 비용을 정부가 지불한다. 가나의 의료용품 드론 배송은 현재 2천개 의료시설을 대상으로 하루 600편을 띄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드론 배송 네트워크다. 가나 대통령 나나 아쿠포아도는 드론 배송은 보편적 의약품 공급을 구현하는 길로 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집라인은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의료용품 드론 배송을 시작했다. 미국의 화물운송업체 유피에스(UPS)와 약국체인 시브이에이스(CVS)도 함께 의료용품 드론 배송에 뛰어들었다. 플로리다주의 은퇴자 마을 `더 빌리지' 주민들에게 처방약품을 드론으로 배송해주는 일이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한국의 드론 배송은 걸음마 단계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우정사업본부와 대한통운 등 일부에서 드론 시험 배송을 몇차례 시도한 적이 있을 뿐이다. 앞장서서 드론 배송을 시도했던 물류 및 유통 업체들은 기술과 사업성이란 벽에 부닥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드론 기술 개발과 제작 여건도 열악한 편이다. 현재 상업용 드론 제조업체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의 DJI를 비롯해 49개국 247개사로로 추정된다. 한국도 15개 안팎의 업체들이 여기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국 등에 비하면 영세한 편이다. 지에스칼텍스가 국내 대기업에서는 처음으로 드론 배송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일부 대기업이 드론 배송을 미래 사업으로 설정했지만, 구체적인 미래상을 그리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육해상로에 구애받지 않고 물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 배송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정부가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드론교통 전담 부서를 신설한 데 이어 최근 드론법을 제정해 시행하는 등 불씨 살리기에 나선 이유다. 정부는 11월까지 드론 실증 시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드론특별자유화구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드론 배송 지역은 1단계 도서산간, 2단계 도시 외곽, 3단계 도심으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 드론 배송의 최대 관건은 자동으로 비가시권을 비행하면서 장애물을 피하고 이·착륙할 수 있게 해주는 자동관제 시스템(UTM) 구축 여부다. 항공우주연구원, 항공안전기술원 등이 2022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의 드론 배송 상용화는 그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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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 기자

청소년 기자단 '혜윰' 3기 IT/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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